북의 핵과 미사일개발로 오랜 남북대치국면속에 전쟁위협 마저 느꼈던 상황에서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북한국무위원장의 만남과 판문점선언 채택은 우선 위기국면을 진정시켰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TV를 통해 보여준 남북정상회담의 여러 이벤트와 행사에서 남북정상의 환한 웃음과 동족으로서 유대감표현, 과거와 같은 약속불이행에 대한 반성 등은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었다. 특히 처음으로 접하게 된 김정은 스타일에서 이전까지의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때로는 솔찍하고 스스럼없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에 긍정적 기대를 가지게도 했다.
남북회담에 대한 한반도 주변4강의 반응들도 온도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환영과 긍정,기대감의 표현들이었다. 특히 핵문제에서 우리 못잖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온 미국의 트럼프대통령도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환영한 것은 일단 이 회담결과에 희망적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판문점선언도 글귀의 표현만 놓고보면 바람직한 내용임이 분명하다.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기존남북선언과 합의의 이행, 남북공동연락사무소설치, 남북의 다양한 교류등6개항과 전쟁위험해소를 위한 남북 상호간의 적대행위 일체중지, 서해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등3개항을 채택한 것이다.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없는 한반도실현등 4개항 등에도 합의했다.
판문점선언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전쟁위험을 불식시키는 한편 한반도의 영구평화체제를 만들어낸다면 그이상 바랄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회담의 배경과 이 회담에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과제를 놓고 곰곰이 분석해보면 성과에 대한 성급한 자화자찬(自畵自讚)과 낙관은 경계해야할 부분이 없지않다.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는 이번 선언도 과거와 같이 합의만 있고 실행이 없는 전철을 밟지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럴 경우 한반도의 안보불안은 이번 회담 이전 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번 회담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이것이 북미정상회담의 절대전제임은 미국은 물론 문대통령도 여러 차례 강조한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판문점선언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 실현’으로 합의함으로써 이같은 표현의 의미를 분명하게 특정하지못함으로써 향후 우려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한국에는 이미 핵이 없기 때문에 우리와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의 핵우산을 문제삼는 빌미가 된다면 이는 북미회담의 성공을 어렵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북미회담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북한에 대한 유엔제제가 풀릴 수 없고 우리 또한 북한과 정치 경제적 교류지원이 어려워져 나머지 12개항의 합의사항을 이행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선언은 북핵문제 처리가 최우선임에도 북핵문제 해소 이후에 진행될 남북관계에 더 많은 비중을 둠으로써 균형과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해지역 평화를 위해 합의된 서해NLL지역의 평화지대 설정문제도 이전에 이미 ‘NLL무력화’를 가져오는 합의라는 비판 속에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못했던 사안이다. 물론 서해평화를 위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잖으면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성 소재에 대한 적절성문제,천안함폭침문제,납북자문제,국군포로문제 등 논의가 필요한 여러 안건들에 대한 논의와 합의문제도 남아있다. 남북정상의 만남은 매우 중요한 일이나 1차성과로 흥분할 일이 아니다. 북미회담 등 미래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홍종흠(洪宗欽) 프로필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톨릭대학겸임교수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3대의장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
저서및 편역서: 대구의 앞산, 대구의 뿌리 수성,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 국역계동선생문집,대구의 고문선,수성사직제의례, 선(禪)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