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일간의 일본서남부 폭우피해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초특급홍수 피해였다. 수천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200명이 넘는 사람이 죽거나 행방불명되는 생명과 재산의 피해가 컸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 차례 내린 비의 강우량이 최고 1천mm를 넘었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천지개벽 같은 자연재변이기 때문이다. 흔히 비가 많이 오면 하늘에서 양동이로 불을 퍼붓는 것같다고 표현한다.
이번 경우 부피 1m가 넘는 물이 하늘에서 쏟아 내린 것인데 양동이로 퍼부었다고 하기 보다 그냥 강물같은 폭포줄기가 하늘에서 덮어 씌웠다고 해야할 것같다. 일본의 기상전문가들도 이같은 이상집중폭우를 제데로 예상치못했고 재난대비강국이란 명예도 이같은 폭우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이번 폭우피해는 근본원인이 지구온난화이고 이같은 이상강우는 이제 더 이상 이상(異常)이 아닌 일상(日常)이란게 전문가들이 내린 일치된 결론이다. 우리와 인접한 일본의 기후현상이 결코 우리와 관계없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일본은 태평양과 직접 면해 있어 태풍의 피해도 더 잦을 수 있다.
그러나 태평양에서 발달한 태풍의 진로가 대체로 일본과 한국 쪽으로 잡히면 양국의 국민들은 동시에 걱정을 하게 되고 태풍이 이 지역을 지나 갈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점도 비슷한 처지다.
이번 일본의 강우량이 가공할 정도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1981년8월2일 전남 장흥의 하루 강우량이 547.4mm로 관측사상 최고 강우량을 기록한 바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이같은 강우량이 이틀 이상 계속됐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났겠는가? 일본의 경우가 결코 남의 나라 걱정거리만은 아닌 것이다.
요즘 일본의 폭우사태를 두고 주변 지인들은 흔히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재난이 일어났다면 피해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질문들을 한다. 이에 대한 대답은 대개가 일본 보다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라는 추정들이다.
물론 이 것은 각자 나름대로의 주관적 판단이 겠지만 일본 폭우피해 시기와 비슷한 때에 발표한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를 보면 그같은 추정과 우려에 수긍이 갈 수 밖에 없다.
4대강사업은 당시 정부가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막고 수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수질관리, 강변정화 및 문화재 보호, 경제자원화 등을 목표로 했던 사업이다. 감사원의 4대강사업 감사는 이명박 정부 임기중 이 사업에 대한 많은 반대의견을 의식해 첫 감사를 실시한 이래 정권이 바뀌면서 이번까지 네 번째 실시한 것이었다.
특히 이번 감사는 2015년에 대법원이 4대강사업의 적법성을 최종 판단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다시 감사한 것으로 감사의 절차적 논란마저 있는 것이다. 국민들을 더 큰 혼란과 불신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같은 감사원이 감사할 때 마다 다른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하는 감사의 결과는 정권입맛맞추기 감사란 비난과 함께 감사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가져오는 것이다. 정부 최고의 감사기관이 이 지경으로 국민 불신과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감사원의 존립자체에 때한 의문은 말할 것도 없고 4대강사업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 부정적이었던 일부 시민단체와 여권에서만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자연재해에 대비한 과학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를 이렇게 정파적 입장이 개입된 방식으로 몰고가도 되는 것인지 묻고싶다.
이번 감사결과에서 문제로 제기 된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 깊이를 필요이상 6m로 준설한 것, 이 때문에 댐에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감사결과에도 의문을 갖는 것은 당시 야당측 광역단체장의 요구로 영산강을 이 사업에 포함시킨 것과 그후 홍수기에 주변농민들이 이 사업의 효과를 인정했던 여론 등이다.
일본과 같은 폭우피해가 일상화된다면 폭우대비와 직결된 4대강사업에 대한 이런 수준의 판단능력 밖에 없는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참으로 한심하고 걱정스럽다.(동일문화장학재단 협찬)
홍종흠(洪宗欽) 프로필
현)대구경북언론인회 칼럼조정위원장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톨릭대학 겸임교수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3대 의장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
(저서및 편역서)
대구의 앞산, 대구의 뿌리 수성,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
국역계동선생문집,대구의 고문선,수성사직제의례, 선(禪)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