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문현상」이라는 조어(造語)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70년대를 지나 80년대, 90년대 중반까지 사회상황을 적시하는 용어로 부각된 시대적 현상을 말한다. 사건 · 사고가 신문에 나오면 여론형성에다 호기심을 유발해 사회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정치인의 행위나 국가정책수립에도 참조사항이 됐다. 인쇄매체의 절대 영향의 징표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자 토,일 섹션 Why? 2면에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정정 보도를 냈다. 지난 7월 21일자에 실은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 인가요」 칼럼에 대한 정정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 대표의 불법정치 자금수수를 비판하면서 아내 전용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을「 노동자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담은 보도다. 그러나 “정의당이 고 노회찬 의원의 부인은 전용 기사를 둔적이 없으며 2016년 총선기간 후보부인을 수행하는 자원봉사자가 20일 가량 선거운동을 도왔을 뿐이라고 알려왔기에 이번 복간 호에 바로 잡습니다. 사실을 오인해 고인과 유족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점 사과 드립니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정기사를 분석해보면 정의당 측에서 알려왔기 때문에 오인을 알았다는 것이다. 신문사 자체에서 사실에 접근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정정보도도 3주 지나서야 이루어진 점이 눈에 보이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기사내용을 두고도 우리나라의 저명한 경제학자의 반박을 받고 있다. 그 과정은 세세하게 설명할 수 없으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과 관련, 조선일보에 대해 “신문을 읽다가 이 제목을 보고 혼자 웃었습니다. 이 제목이 말하고 있는 두 가지가 모두 사실과 아주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문솜씨도 이 정도면 천재 급 이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지난 13일과 15일 양일간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민연금의 진실」이란 장문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 북에 게재했다고 한다. 지난 13일자 “난파위기 국민연금 … 국민지갑만 터나”는 제목의 기사에 대한 비판이었다. 사실 국민연금의 관리는 국가의 몫이다. 기금이 고갈되면 국가가 보전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다. 어느 특정 정권의 책임이 아닐진대 현재를 사는 우리가 후세대들의 부담을 고민해야 하는 당면 과제다.
거대 공영방송인 KBS도 보도와 관련해서 시청자의 반발을 비켜서지 못한다. 이래저래 언론계가 「보도 수난」 인 셈이다. KBS로부터 「부당출장 의심 국회의원」으로 지목당한 4명의 여 · 야 의원은 “보도에 강력한 유감과 함께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 한다”고 밝혔다. KBS가 보도한 「부당 출장 의혹 사안」은 한국국제 교류재단의 「한국 · 호주 정치 차세대 지도자 교류 사업」이라고 한다.
인쇄 · TV매체의 사태를 보면서 언론매체가 독자나 시청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증명이어서 안타깝다. 신뢰 받는 언론은 엘리트 언론으로 가는 첩경이라는 점도 떠올려진다.
우리는 엘리트 언론이 늘 아쉬운 게 가슴 저린 현실이다. 영국의 BBC 방송이나 불란서 「로몽드」 스페인의 ABC신문 등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엘리트 언론이 아닌가? 우리에게 종합신문 · 종합편성 TV등은 있어도 엘리트 · 신문, 엘리트 방송은 없다고 본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매체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전 세계에서 100여개 국가 이상의 도서관 등에서 비치하거나 사설이 국제 정세에 영향을 주는 신문 방송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유료 부수 40~50만부인 불란서 르몽드· 스페인 ABC가 이를 말해 준다.
이준구 교수의 지적은 기울어진 보도태도에도 머문다. 한 사안에 한 언론이 치고 나가면 모든 언론이 달려든다. 소위 언론학에서 말하는 북 치고 장구 치는 「밴드 웨건 현상」에 매몰돼 있다고 봐야 한다. 시청자나 독자도 북치고 장구 치는 대로 생각 없이 따라다닌다는 언론학의 이론을 생각게 한다. 언론역사 150년이 된 우리도 엘리트 언론 한 두 개쯤은 출현해야 할 시점도 됐다. 그래야 기울어진 국가가 아니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최종진 프로필
매일신문 사우회 회장(현)
중앙대 신방과 / 대학원 신문방송학 졸업
매일신문 논설주간 · 경운대 신방과 교수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