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끝난 자카르타 팔레방 아시안 게임의 한국 경기력은 신통찮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종합 2위는 물 건너갔고 메달수도 금메달 65개에 훨씬 못 미치는 49개로 만족해야 했다.
일본에 이은 3위는 24년만의 초라한 성적표여서 자성의 채찍질을 들어야 할 때다. 한국이 하계아시안 게임 메달순위 3위가 된 것은 19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24년 만에 빚어진 뜻밖의 충격이라고 한다.
중국에 이어 1998년 방콕대회부터 2014년 인천까지 5개 대회 연속 종합 2위를 지켜낸 성적이 무너져 대한 체육회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자못 높다.
아시안게임 순위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인 기초 종목 육성 외면이다. 인기종목 편중현상이 오늘날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이런 편중은 이미 오래전에 지적 돼 왔는데도 답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심화 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의 체육 장래도 불투명한 상태란 점이 더욱 안타깝다.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육상, 수영 종목에서 달랑 2개의 금메달을 땄다.
수영 육상에서 모두 86개의 금메달 중 2개의 초라한 성적표다. 오늘의 한국 기초종목의 현 주소다. 육상 허들의 장혜림, 수영 김서영으로 해서 육상 · 수영의 금메달 전멸을 면한 셈이다.
일본의 성적을 보면 상대적인 열패감을 떨치지 못한다. 일본은 이번 대회 수영경영에 걸린 41개의 금메달 중 19개를 따냈다. 중국과 금메달 수가 같다.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합치면 총 52개로 중국을 제치고 경영 종합에 1위의 성적이다.
또 다른 기초종목인 육상에서 일본은 마라톤에서 이노우에 히로토가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우리는 4 · 5위에 그친 초라한 형편이었다.
한국이 기초종목에서 부진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포츠인재들이 야구와 축구 등 인기 있는 프로종목에 쏠린 결과이다. 진단이 이러할진대 개선노력은 별무성과다. 아예 말로만 할 뿐 투자가 없는 판에 이런 현상의 탈피는 기대하지 못한다.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전 종목에 걸쳐 과감한 투자를 했다고 한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전 종목에 걸쳐 약진을 했다. 금메달 75개가 이를 증명한다. 번번히 한국과 중국에 무릎을 꿇었던 배드민턴에서도 선전했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 배드민턴은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제치고 우승한 것이다.
1970년 방콕대회후 48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남녀 모두 40년 만에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대표선수 선발 방식에도 세찬 비난이 모아진다. 야구의 경우 병역 특례를 배려한 선발은 수긍을 받지 못한다. 병역 미필자를 위주로 선발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야구가 금메달을 따고도 오지환 · 박해민이 웃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선수만 선발하는 방식도 고쳐져야 한다. 아마추어는 왜 배제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올림픽 · 아시안 게임은 아마추어 선수가 주측인 판에 시대착오적인 행위다. 다른 나라의 눈총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기초종목육성과 함께 스포츠과학으로 체질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와 신체조건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답은 나와 있다고 본다. 수영장에 설치된 특수 카메라가 추출한 빅데이터로 개인별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실제 경기장과 똑 같은 압력과 습도를 맞춰 훈련을 한다고 한다. 기초종목의 탈 아시아가 목표란 일본의 외침은 우리의 깨우침을 재촉하는 각성제다.
세계스포츠 토양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늘 앞장서고 있다는 태권도, 양궁등에서도 후발국에 밀리고 있다. 냉엄한 현실이다. 과거엔 차이가 너무 커서 금메달을 휩쓸었던 태권도 역시 영토를 잠식당하고 있다.
양궁의 경우 아시아 7개국 지도자가 한국인이다. 1978년 방콕대회에서 양궁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이번에 여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처음이다. 전략종목이 평준화 돼 간다는 반증이고 보면 우리의 목표는 분명해진다. 장기적인 기초종목 육성과 과학화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최종진 프로필
매일신문 사우회 회장(현)
중앙대 신방과 / 대학원 신문방송학 졸업
매일신문 논설주간 · 경운대 신방과 교수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