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지방 이전 분류작업에 착수하자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굉장히 가슴 아픈 정책이다. 국민 화합을 해치고 지가 상승만 불러온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을 주도한 사람이다.
같은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기업의 연구소가 왜 지방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오겠는가. 우수한 인력들이 지방에서 근무하기를 원하지 않고 연구소를 떠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참 기가 막히는 말이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비수도권 지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해 있고, 수도권 과밀화로 지방 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판국에 야당 지도부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면 ‘서울이 황폐화 된다’는 식의 발상을 하다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온다.
“한국당 지도부의 이러한 말에 대해 대구경북 정치인 누구 하나 지방 입장에서 용기 있게 말한 사람이 없었다”는 대구참여연대의 최근 성명서에 백번 공감이 간다. 비수도권 지역민이면 누구나 느끼듯이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는 어제 오늘의 현안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우선 공공기관이라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인데, 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해괴한 논리로 반대하고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은 입을 닫고 있는가. 자유한국당은 서울을 토대로 하는 정당인지 묻고 싶다.
과거 박근혜 정권 때도 이 지역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 정책 발표에 반대하는 사람 하나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여론의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언론사 현직에 있던 필자는 칼럼에서 이 지역 상당수 정치인들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최대 현안인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묵인하는 것은 그들 개인의 이익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당시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을 취재한 결과 대구·경북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총 부동산 재산이 수백억원에 달했고 그 중 80%가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지금은 엄청나게 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경기지역에 부동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고, 처자식도 거기에 살면 수도권 이익을 우선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유권자 눈치를 보느라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태를 보이진 않겠지만, 마음속으로는 요즘처럼 수도권 부동산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 오르면 이불 덮어쓰고 웃고 있을 것이다.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최근들어 대구경북 지역에 청년이 귀해 노처녀가 많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교사나 공무원, 전문직 등 안정된 직장을 가진 여성 중에 미혼이 많다는 이야기다.
마땅한 결혼상대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지역에서 사범대학이나 교육대를 나온 재원들이 수도권 교사 임용고시에 많이 응시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부 사례를 가지고 부풀린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딸 가진 부모들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혼인통계를 봐도 혼인 건수가 가장 많이 준 도시가 대구다. 20대의 인구이동 통계를 봐도 이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이들이 없어진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은 며칠전 대구시당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최근 당 조직이 많이 무기력해졌고 재정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건강한 보수야당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의 말을 믿어 보고 싶다. 이 지역 정치인들이 현재와 같은 행태를 계속 유지해 간다면 본인은 물론 대구경북 지역민 모두가 불행해진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심충택
(언론인,대구경북언론인회 부회장)
경북대학 치과병원 상임감사
대구문화재단 이사
대구지방법원 조정위원
전)영남일보 편집국장,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