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환 작가- 대구출생 .대구성광고 졸업 .경북대 독문과 졸업 <주요저서>마음 중 단편 .대불(시집) .김대중 .한국전쟁 언저리 .금호강의 영혼(시집)
#매주 토요일 연재
지하국가2
4. 제3의 신세계
제3의 신세계는 이주민으로 구성이 되었다. 모두 고향상실의 원죄를 안고 살아가는 정신적 고통이 숨어 있다. 꿈에 그리는 고향이 없어질 수 없는데. 그 고향을 버린 것이 사실이다. 아! 고향! 개척자에겐 듣기 싫은, 생각하기 싫은데. 그 고향이 있다. 그 근원은 지구이다. 한 세대만 지나면 그들의 고향땅은 제3의 신세계가 고향이 된다. 지구에서 가져온 유전자가 남아 있겠지만 새로운 고향이 후손들에게서 창조된다. 고향을 생각하면 변치 않는 수천 년의 자연을 생각하나 20~30년 안에 새로운, 다른 고향이 만들어지는 변화의 간격이 대단히 좁은 특이한 경험을 한다. 새로운 신천지는 인구밀도가 너무 희박하다. 인간이 마음껏 번성할 수 있는 토양이 제공되나 곧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이란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러면 또 신태양계가 만들어질 것이고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고향은 무엇일까? 그곳은 행복의 땅으로써 채색이 되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곳일 수도 있다.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지울 수도 없는 역사처럼 존재하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말이다. 고향은 앞서의 선조가 거주하던 공간이다. 긴 시간동안 선조들은 그곳에서 살았다. 예외적으로 신천지는 그렇게 긴 역사를 가지진 못할 것이다. 역사가 길지 않은 신생국들도 신화를 만들고 정말로 짧은 역사일망정 역사성을 부여한다. 살던 고향은 그대로 전설이고 역사이다. 지구의 긴 역사에 비해 한없이 짧은 인간의 발자취이긴 하나 그래도 고향의 무엇이 있다. 삶의 터전을 늙은이들이 옮기기는 힘들다. 강제적 조건이 아닌 경우에는 말이다. 이곳으로 온 사람들은 대부분 젊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그러므로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발전의 기대치는 희망적이다. 과거 지구의 호주처럼 죄수들로 만들어진 나라도 상당히 괜찮은 발전을 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한인들도 가축열차를 타고 겨우 살아났지만 지금도 살고 있다. 미국의 흑인들도 노예로 끌려와 이제는 흑인 대통령을 꿈꾸다가 현실로 됐다. 사실, 오바마의 아버지는 노예의 후손이 아닌 제 발로 아프리카에서 공부하러 온 사람이었지만. 이 신천지는 제 발로 온 사람들이다. 강제로 온 사람들도 발전하고 번성하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온 이들이 더 잘 살 것이란 점은 당연해 보인다. 잘하는 쪽이 이끌어 더 잘 될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하다가 오히려 뒤쳐질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잘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향의 풀 한 포기, 흙 한줌, 돌 한 개가 그립고 실제로 그들이 그것을 가지고 이리로 왔다. 지구의 흙, 돌이 그렇게 심금을 울리다니. 여행용 가방에 흙을, 돌을 가지고 온다. 죽은 조상의 유언을 따라 뼛조각이 수십 년, 수백 년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한반도의 끊어진 세월에 의해 두만강, 낙동강 물을 섞기도 하고, 백두산, 한라산의 흙을 섞기도 한다. 지구의 한 줌 흙과 돌을 제3의 신세계에 섞고 그런 행사를 하고 문화제를 연다. 명절이 만들어지고 즐겁게 놀기도 한다. 명절이 우연히 생기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무리 음력 설날을 이리저리 없애려 해도 스스로 복원되는 놀라운 문화적 힘이 있기도 하다. 양력, 음력, 얼마나 긴 세월인가? 고향이 쉽게 없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 새로운 명절, 제3의 신세계가 이루어진 날이 곧 명절이고 고향의 첫 장을 만든다. ‘능금 꽃 피고 지던 내 고향땅은 팔공산 바라보던 해 뜨는 거리.’ 앞산이 있고, 뒷산이 있고, 개울이 있고, 강이 있고, 바다가 있고, 사막이 있고, 목장이 있고, 들판이 있고, 눈이 있고, 말이 있고, 염소가 있고, 황소가 있고, 무엇이 있다.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고향의 그림과 냄새와 환영과 추억과 어린 시절이 죽을 때까지 사람들을 붙잡아 맨다. 그렇지 않은가? 손기정은 그가 뛰어다니던 압록강을 평생 그리워하다가 압록강을 다시 걸어보지 못하고 남한 땅에서 죽고 말았다. 얼마나 압록강을 달리고 싶었을까? 이미륵은 그가 경험했던 압록강을 ‘압록강은 흐른다.’로 독일어로 얼마나 아름답게 썼던지 독일 교과서에 실렸다. 한국인이 언어가 바뀌어도 그 고향을 못 잊어 그렇게 멋진 글을 만들어낸다. 식민지 조선을 떠나야 했던 그 가슴 아픈 고향이 못내 그리웠다. 압록강의 조약돌 하나, 강물 소리는 그들의 심장을 후벼 파는 정말로 귀한 존재들이다. 100년의 인생에서 고향을 갈 수 없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나 큰 형벌이다. 지구상 60억~70억 인구 중에 이런 곳이 한반도이다. 정말 알 수 없는 한반도이다. 아직도 한반도에는 고향상실의 슬픈 노래가 살아있다. 제3의 신세계에서 고향을 잃어버린 일 세대는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곳에서 많은 고향문학, 고향예술이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이 신천지에서 한반도가 고향인 사람이 좀 있을 것이다. 처음의 지상국가의 한반도 남쪽의 지하에서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너무 적은 인구가 이주해왔으니 대규모의 표본을 뽑지 않으면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이 어마어마한 우주에서 말이다. 고향이기에 그렇다. 금수강산 삼천리. 만리장성이 아닌 모양이다. 만리장성의 삼분의 일을 생각하면 길이가 작은 것은 아니다. 한반도에는 금호강도 있다. 대구에 있는 강이다. 낙동강의 지류이다. 금호강에서는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호강은 흐른다.’라는 독일어 소설도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제3의 신세계 제1의 나라에는 금호강이라는 조그만 나라도 있다. 금호강이라는 나라의 인구는 7만 정도이다. 7천만 인구의 천분의 일이다. 모른다. 존재가 너무 작으니 아는 사람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파리의 센강은 잘 안다. 대구의 신천과 길이가 거의 비슷하다. 해마다 여름 한 달간 삼백만의 외국인이 방문한다. 칠월 중순부터 팔월 중순까지이다. 대구의 금호강은 방문하는 사람이 있긴 하나 삼백만은 아니다. 인구가 칠만의 나라에 삼백만이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한 달에 삼백만이니 하루에 십만 명인 꼴인데. 칠만 명이 살고 있으니 잠자리를 반으로 줄이면 잠자리가 나오기도 하나. 더운 여름에 더 넓혀도 시원찮은데 줄이자니 말이 되나? 야외에서 시원하게 수영이나 하고 백사장에서 밤을 보내면 된다고 하나 잠이 오면 잠자리를 찾아 자야 한다. 그러면 십만 명이면 아파트가 삼만 채 정도 있으면 충분히 잠을 재울 수 있다. 한 달을 위해 삼만 채를 짓자고 하면 심한 낭비이나 텐트 삼만 개, 십만 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손님이 야영을 한단 말인가? 야영을 할 수도 있고 기존의 금호강 나라의 집에 머물 수도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짜내면 된다. 십만 명이 야영을 한다면 군대로 치면 5개 사단이 숙영을 하는 셈인데. 어마어마하다. 금호강나라는 이것만 잘하면 7만 명이 돈벌이도 되고 나라의 이름이 재빨리 제3의 신세계 제1의 나라에서 알려질 수 있다. 군대가 아니니 텐트 십만 개 혹은 삼만 개가 색깔이 각각이니 어지러울 지경의 무지개가 될 것이다. 불꽃놀이, 댄스무대, 가수공연, 오페라공연, 미술 공간, 영화 상영, 온갖 볼거리, 놀이마당, 즐거운 일, 먹을거리 장터, 등등이 만들어 질 것이다. ‘호떡집에 불이 나듯’ 금호강에 불이 날 것이다. 그러면 강물로 끄면 된다. ‘해운대 최치원의 바닷가.’ 최치원의 호가 해운대인데 그곳에 수십만 명이 바글바글한다. 금호강에 수십만이 바글바글한다. 금호강나라는 우주공간에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옆의 조그만 나라들이 스스로 흡수되기를 원하니 인구는 배로 늘어나 십사만 명이 되고 넓이도 넓어져서 더 많은 사람이 놀러 오더라도 모자라는 공간이 아니게 된다. 모든 프로그램들이 더 알차고 재미있고 편안하게 이루어지니 방문객이 줄지 않고 늘어난다. 늘어날수록 금호강나라는 더 커지고 발언권도 세게 된다. 길고도 길이 뻗쳐진 모래백사장, 그리고 맑은 강물의 수영장, 자연적인 강수욕장 또한 인공수영장도 있고, 여름은 즐거운 곳이다. 겨울이면 스케이트장, 스키장이 되고, 눈썰매장이 된다. 봄, 가을은 날씨가 좋아 그대로의 놀이터이다. 사시사철 즐거운 곳이다. 금호강이 값어치가 그렇게 컸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금호강나라는 힘이 자꾸만 커져 간다. 금호강을 달리는 손기정, 남승룡, 황영조, 이봉주, 아베베, 우사인 볼트, 타이슨 가이, 등등이 보인다. 금호강을 헤엄치는 박태환, 마이클 펠프스도 보인다. 뭐 우주공간에 이런 사람들이 왔다고! 정말 그런가? 지구상에 있는 금호강(琴湖)江)은 영천시 금호읍 강변 구릉지의 갈댓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 마치 비파소리와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길이는 118km이고 유역면적은 2,053km²이다. 포항시 북구 죽장면 가사리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대구광역시를 서류하여 흐른다. 영천, 금호, 하양, 청천, 반야월, 안심, 율하, 방촌, 동촌, 불로, 검단, 조야, 팔달, 다사를 거쳐 낙동강에 합류한다. 안심에서 불로까지 생태공원이 잘 정비되어 있고, 방촌, 동촌의 동촌유원지의 절경은 서거정의 대구 십경에서도 뱃놀이가 멋지다고 적혀 있다. 침산의 낙조도 그가 언급했다. 검단동에서 팔달교에 이르는 10km의 마사토 길에는 갈대, 억새숲, 메밀꽃 길, 돼지감자꽃 길 등이 운치를 더한다. 대구시를 빙 둘러 흐르는 금호강을 앞쪽에 두고 그 뒤로의 북쪽으로는 20km의 팔공산이 펼쳐져 있다. 경산의 갓바위로 시작하여 동봉(1,168m), 비로봉(1,192m), 서봉(1,153m), 파계봉, 한티재, 가산산성이 있는 칠곡으로 연결되어 있다. 팔공산 도립공원은 유역면적이 122.08km²이며, 경북의 달성, 칠곡, 군위, 경산, 구미, 영천에 걸쳐 있다. 팔공산은 신라시대 오악의 중심산으로 유서가 깊고 동화사도 있다. 파계사에는 영조대왕의 옷이 있고, 대구 부인사에는 대장경이 있었으나 몽고의 침입 때 불타기도 했다. 대구광역시는 인구가 250만에 이르고 대한민국의 세․네 번째 도시에 자리매김한다. 대구는 큰 구릉, 큰 언덕이라는 의미이며 분지이다. 원래는 구자가 공자의 이름에 있는 구(丘)자였으나 감히 공자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하여 언덕구자에 변을 하나 더 붙여 음은 같으나 모양이 약간 다른 구(邱)자를 사용한다. 대구를 흐르는 금호강은 팔공산 줄기와 더불어 지세를 형성하고 있다. 강과 산이 서로 맞대어 가는 곳이다. 금호강의 나라는 우주에 대구의 지형과 똑같은 복사본을 만들어 거기에 사람이 살고 땅이 넓어서 엄청나게 크게 만들어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 제3의 신세계 제1의 나라 금호강나라는 넓어진 지형을 예전과 똑같이 이름 짓고 나니 구분이 쉽지 않아 금호강지구나라는 원래 크기의 곳으로, 엄청나게 큰 곳은 금호강우주나라로 나타낸다. 합하여 금호강나라로 한다. 바로 옆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합해진 금호강나라에는 금호라는 새로운 통치자가 자연적으로 생겨 제1의 나라를 아우르는 인물이 되어 7천만의 지도자로 부상한다. 금호는 매우 젊다. 나라의 자연환경은 지구의 대구와 같다. 엄청나게 크진 곳은 사람들이 오밀조밀하게 살지 않아 시원하고 훤히 열린 자연이 압도한다. 열배로 치면 이천 오백만 명이 살 수 있는 땅을 순식간에 만들어 낸다니 공상속의 이야기이긴 하나 우주의 개척은 그런 것이다. 금호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개인적인 역량도 있지만 자기가 태어난 지구의 땅이 큰 어부지리로 작용했다. 엄밀한 의미의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라 신화적 요소로 그 일을 떠맡은 경향이 있다. 현실성을 부여해야 다른 나라에서 수긍이 갈 만한 일인데 나라의 수도격인 땅 자체가 대구(大邱)를 그대로 금호강(琴湖)江), 팔공산(八公山)을 본떠 놓았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공자가 우주에 가서도 그 이름이 또 한 번 회자된다. 여기서도 공자의 이름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금호가, 대구가 살아있는 한 그렇게 될 것이다. 금호는 사실 지구 10배의 금호강우주나라를 만들 때 너무 커서 사람들이 거인이 안 된 이상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모든 크기를 원래대로 만든 것을 배치하고 구도를 잘 맞추어 엄청난 크기의 것도 조화롭게 설계했다. 금호강에 가면 앞에는 얕고 지구의 금호강이 있고 그 다음에 매우 큰 금호강이 있고 건너면 또 원래 작은 금호강이 있는 식으로 했다. 팔공산도 똑같은 이치로 천 미터의 산이 있고 다음에 만 미터의 산이 있고 다음에 다시 천 미터의 산이 있는 복잡하나 이해가 되는 구도로 도시를 만들었다. 이래저래 똑같은 대구가 세 개나 있는 꼴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10번 이야기해도 잊어버리고 알지도 못한다고 하나 끊임없이 반복하면 기억이 된다는 것이다. 금호강나라를 돌아다니면 기억이 될 것이라 여겨지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통문제에서 똑같으니 구분이 잘되느냐? 하는 문제. 길을 헤맬 수 있는 문제. 거리마다 일련번호나, 국어 자음이나 모음순서대로, 알파벳순으로 구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왜 이리 복잡하냐? 왜 이리 경치가 반복이 되냐? 이상한 곳이다.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네. 금호강나라를 와본 사람은 그 특이함을 절대적으로 알게 되고 특이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금호강나라의 대표자는 한 사람이다. 그는 금호이다. 금호는 제3의 신세계 제1의 나라 전체, 지구의 열배나 되는 땅을 모두 지구의 대구처럼 수백 개나 수천 개 똑같은 곳으로 만들기에는 무리수이다. 너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나 그렇게 된다면 그건 아니다. 그런 생각도 든다.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자유롭게 도시를 자기의 나라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연히 여긴다. 문제는 처음에 개인의 나라라고 시작했는데 갈수록 힘이 센 금호강나라가 전체를 아우르고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가니 이것이 잘못된 것임이 분명한데도 그대로 중앙집권적인 나라로 만들어지고 있음이다. 덩치가 커지니 경찰도 생기고, 군대도 생기고, 감옥도 만들고, 개인의 나라에선 필요 없다고 여겨지던 것들이 많이 나타나고 인원, 돈이 들어가고 권력이 생겨난다. 개인의 나라들은 소수자가 되고 대항하여 이길 수 없는 지경이 되니 생각과는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금호강나라 금호 자신도 도대체 일이 왜 이리 되는지 갑갑하다. 나라의 큰 공사나 큰일들은 모두가 사전계획에 따르고 강력한 강제적 힘으로 처리된다. 개인의 나라는 없다니 금호강나라 칠만의 조그만 나라는 증발되고 강력하고 거대한 7천만의 나라만 남았다. 뭔가 이상하다. 사업을 칠만 명의 사람에만 맞추어 시행하다가 7천만에 맞추려니 개인의 자유와 개인의 논리가 억압당하는 사례가 많다. 다수의 사람의 필요충분조건이 맞는 일만 찾아가고 작은 목소리나 작은 개인의 나라는 천천히 더디 진행된다. 제3의 신세계에서 눈에 확 띄게 보이는 제1의 나라 금호강나라의 어떤 것들이 집중적으로 육성, 개발되니 개인의 나라라고 했던 것과 모순을 안고도 앞으로만 전진을 한다. 경찰, 군대, 감옥은 모두가 개인을 통제하고 다수에 복종토록 강요한다. 강요된 복종에 따라야만 더 잘 살고 행복하고 질서가 있다고 여기고 거기에 맞게 교육시스템이 움직인다. 교통이 복잡한 곳에서의 교통경찰의 존재는 서로에게 좋다. 번잡함과 무질서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군대도 적의 침략에 노예처럼 고통 받지 않을 것이란 위안도 준다. 감옥을 보면 죄인들을 수용하여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함인데 맞는 것 같기도 하나 답답하다. 개인의 나라에는 군대도, 경찰도, 감옥도 없고 복종을 강요하는 교육도 드물다. 그런 이상향이 만들어지지 못하니 결국 금호강의 나라도 인간이 만든 불안전하고 인간의 한계성에 맞추어서 이루어진 세상임이 분명하다. 한없이 게으르고 싶고, 한없이 마음대로 하고 싶지만, 욕망대로만 살고 싶지만 모든 것들이 그렇게 해주질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충족되고도 경찰, 군대, 감옥이 없다면 정말 좋은 개인의 나라, 금호강의 나라일 것이다. 한없이 부지런하고, 한없이 억제하고, 욕망이 아닌 이성에 따라 살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일망정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하루에 두 시간만 잠을 자고 일을 하고, 하루에 한 끼 식사만 하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꽤 힘들 것이다.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면 되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하루에 열 네 시간을 잠을 자고, 하루에 일곱 끼를 먹고, 술과 노래와 춤으로 매일 매일을 보낼 수도 있다. 그것은 개인이 선택하거나 강제에 의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인간은 타율에 의해 살기를 싫어한다. 금호강의 나라가 번성하고 금호가 힘을 발휘할수록 개인에 대한 자유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거대한 건물이나 구조물, 국토의 개조 등은 좋은 방향이나 좀 덜 좋은 방향이든 일어난다. 개인의 나라에선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것들이 말이다. 현재의 미국도 대공황이후 거대한 후버댐 등을 건설하여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사막지대에 3,000km의 인공수로를 통해 물을 공급해 농사도 짓고 사막 한가운데에 도시도 만들었다. 개인의 나라에선 안 되는 일을 통제된 국가의 강력한 힘으로 한 것이다. 이 긴 수로는 강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만든 인공수로이다. 3,000km의 인공수로를 만드는 나라가 20세기 최고 강력한 나라가 되었다. 금호강의 나라는 일억 평의 도시를 열 배 십억 평의 크기로 인공으로 만들었다. 개인의 나라는 자꾸만 설 땅이 좁아질 뿐이다. 이것이 맞는 것인가? 우리 인간은 감옥이 없고, 경찰이 없고, 군대도 없는 그런 곳을 영원히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 거대한 국가의 힘으로 인공강을 만들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가? 그러면 처음에 우주로 나온 것이 무엇인가? 생존이 불가능하여 무엇이던지 인공으로 만들어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 그러다가 개인의 나라가 좋아 보여 그리하다가 또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왜 저절로 되지 못하고 자꾸만 사람의 조작이나 변형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대로 그렇게 살면 좋을 텐데. 고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이다. 경찰도 없애고, 군대도 없애고, 감옥도 부숴버리고, 그런 금호강의 나라는 안 되는 것인가? 개인의 나라에서는 가능했는데 말이다. 그러면 만들어진 금호강의 나라를 부숴버려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 혼란을 자초하여 거기에 적응하면서 또 금호강의 나라처럼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실험을 하기가 곤란하지 않느냐이다. 실험이 어렵다. 7시간 잠을 자던 사람을 14시간씩 자유의사로 아니면 강제로 자게 습관을 바꾼다. 출퇴근 시간이 모두 바꾸고 엉망이 되도록 해보자. 완전히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망할 수도 있다. 습관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인간은 석유나 전기 없이도 생존했다. 사회의 생산량이 반으로 줄어들고 활동량이 반으로 줄어든다면 인구의 반이 죽게 될까? 자꾸만 늘이는 삶을 인간은 해왔다. 많이 생산, 많이 발전, 적게 먹고, 감정은 줄이고, 이성적이게 만들고, 자꾸만 변화를 필요에 따라주면서 바꾸고 계획한 대로 만들어왔다. 너무나 당연하여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반대로 할 순 없다는 것일까? 개인의 나라는 그 반대를 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 짧게 주어지더니 그것도 없어질 판이니 이게 뭔 일인가? 금호강의 나라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이 정도에서 그치고 더 이상 무엇을 하지 말아보자. 경찰, 군대, 감옥은 더 이상 키우지 않고, 개발, 발전도 중지하고 가만히 있어보자. 시간이 지나서 견딜만하면 이 상태에서 줄여보자. 조금씩 줄여보다가 더 줄여보자. 아주 과격한 실험이 아닌 이상은 사람들도 참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나라까지 못가더라도 금호강의 나라가 더 진행되는 것을 줄이는 실험해보자. 처음엔 목표치를 1% 줄이는 것을 실천하고, 성공하면 2% 점점 바꾸어보는 것이다. 작은 변화는 인간이 견딜 수 있다. 그 한계치를 넘으면 더 이상 곤란한 지경이 될 것이다. 그 시점에 도달하기 전에 다른 방향이나 대책을 찾아서 현명하게 살아보자. 또 이성적인 시도가 아닌가? 자유로운 감정에 근거한 것이 아닌 계획성의 판단 아닌가? 좀 그렇긴 하나 해보자는 것이다. 오던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것이다. 사람은 구속이나 부자유를 싫어한다. 자꾸만 국가권력이 커지면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한다. 시간을 지켜라. 법을 지켜라. 서로가 지키면 좋긴 하나 강제성이 지나치면 역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는 코리안 타임이란 것이 있었다. 나쁜 의미로 해석됐지만 서양의 숨통을 조이는 갑갑함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오키나와 타임도 있다. 역시 천천히, 여유롭게 사는 것이다. 느리게 사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수촌으로 꼽히게 된다. 편안히 조용히 천천히 즐겁게 살고 싶은데 금호강의 나라는 사람을 들볶아대니 개인의 나라를 원하던 다수는 싫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스의 장수촌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연친화적인 생활로 장수지역이 있다. 5천년이나 유지되어온 시에스타, 뜨거운 낮 시간 동안 낮잠을 자고 편안히 살고 있다. 법으로 시에스타를 금지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긴 세월 동안 인간이 해온 삶의 방식을 바꾸라니 잘 안 되는 것이다. 처칠도 이차세계대전 중에 힘든 시간 중에도 낮잠으로 스트레스를 줄였다고 한다. 장개석도 중국천하를 잃고 대만으로 쫓겨서 속이 답답했지만 낮잠을 즐겼다고 한다. 하루 대여섯 시간을 서서 긴장감으로 수술을 하는 의사들도 수술을 집도한 후 십분 정도 눈을 붙이면 피로감을 줄이고 또 수술대에 서서 칼을 잡을 수 있다고도 한다. 수술하기 전에 부탁을 받고 그 환자를 대하면 오히려 긴장과 부담감으로 수술결과가 더 좋지 않다고도 한다. 특별한 사람이니 꼭 낮게 수술해달라는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은 느리고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현명하게 삶을 살아오고 있는데 급하게 변화를 주려하는 쪽과 마찰이 생긴다. 게으르고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는 일에 자꾸만 제약을 가하면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다. 왜 금호는 우리들을 피곤하게 하는가? 잘사는 것이 이렇게 괴롭게 만든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장시간 즐겁지 않은 노동과 환경을 바꾸어 신경질이 나게 하느냐이다. 인간이 인공으로 만든 세상은 무엇이나 꼭 들어맞아야 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괴로운 것들이 많다. 시간개념을 일 분 일 초가 정확해야 하고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 인간이 오래 살고 싶은 것에는 정반대의 것들이다. 느리게 가는 것이 오래살고 좋은 것인데 무엇인가 빠른 것을 요구하는 금호강의 나라에 적응이 안 되는 사람이 늘어남은 당연지사이다. 무슨 인공강을 만들고 경치도 똑같게 만들어 머리가 혼란스럽다. 그냥 그대로 두지 않아 불만이다. 불평불만이 늘어나고 적응에 실패한 사람들이 개인의 나라를 더욱 갈망하게 되고 금호강의 나라가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천천히 가는 세상이다. 지구의 조그만 나라 한국은 빨리빨리를 열심히 하여 초고속으로 달려가다가 정신이 어질어질하여 낮잠이 필요하고 시에스타가 필요하고 코리안 타임이 필요한 지경일 순간도 있었다. 화병이 생기고 화병이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다. 오키나와 타임은 존중받는데 왜 코리안 타임은 좋지 않은 이미지로만 비쳐졌을까? 김치니 두부니 된장이니 이런 것들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패스트푸드보다 낫다고 하지 않는가? 자동차로 빨리 가는 것보다 자전거로 느리게 가는 것이 좋고, 더 느리게 걷는 것도 좋다고 하니 자꾸 바꾸는 것을 싫어할 법도 하다. 금호는 커다란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잘 굴러가던 수레가 삐거덕 삐거덕거리는 것이다. 금호는 계획한 것들을 당장에 그만두지는 못하고 속도를 엄청나게 줄여서 빨리 빠르게 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는 길로 들어서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니 확실히 조급증이나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마음에 부담이 훨씬 적다. 한결 견디기가 좋고 삶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 맞다.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일을 할 수 있고 내가 꼭 죽을 듯이 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금호강의 나라를 나만이 어마어마하게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나만 고생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고, 무리하게 할 것까진 없다는 생각이 들자 몸도 훨씬 나아지는 것이다. 하루에 20시간 일하는 것보단 열 시간 일하는 것이 부담이 덜 되고 다섯 시간 일하는 것이 더 좋다. 현재 미국에는 일주일에 4일 일하는 주도 있다. 개인의 나라는 일주일에 3일 일하고 2일 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꾸만 일주일에 6일이나 7일을 일하라고 한다면 따라오지 않고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금호강의 나라의 사람들이 게으르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작정 지내자는 것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차분히 해야 할 일을 하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좀 천천히 가자는 것 일게다. 아예 놀고먹는 세상이 좋은 것이긴 하나 그런 토대가 만들어진다면 더 없이 좋은 천국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개인의 나라에서나 금호강의 나라에서나 천국이나 극락을 생각하지만 현실과 차이가 나서 그렇지 마음속에는 그런 것이 있다. 지옥을 바라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개인의 나라나 금호강의 나라나 지옥도 극락도 아닌 현실이다. 전쟁이 없고 질병이 없고 분쟁과 미움이 없으면 그것 만해도 대단히 좋은 것이다. 이제껏 극락이나 천국은 아닐지언정 그 목표에 다다르고자 노력해온 삶이 우리의 족적일 것이다. 그 족적 중에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정정당당하게 옳게 간 나날이 많았기에 현재의 발전이 있는 것임을 안다. 개인의 나라도 그것이 심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수수방관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처음의 길을 주장한다는 것은 빗가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와 관심 때문이다. 포화상태의 지구를 탈출하여 새로운 신천지를 만든 것 만해도 대단한 낙원임을 부정할 수 없다. 금호강의 나라가 잘 되어왔지만 계속 한 방향으로만 발전하기에는 많은 개인의 나라들이 탐탁지 않게 생감함이다. 개인의 나라는 군대도, 경찰도, 감옥도 없었는데 어느 날 이런 것이 생기고 개인을 통제한다. 그러면 개인의 나라는 이런 것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더 악랄한 어떤 조직을 만나 노예가 된다면 바람직한가? 노예가 되는 것보단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다가올 위험이 있다고 해도 이런 것이 개인에게는 싫으니 어쩌랴! 최소한도로 대비하자는 개인주의와 최대한으로 방비책을 세우자는 쪽의 진실성이 너무 멀리 벌어져 싸움이 벌어질 지경이니 반반의 양보와 타협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 개인의 나라도, 금호강의 나라도 공존하여 번영하는 것이다. 지금도 공존하고 있으나 공존의 지혜를 더 짜내어보자는 것이다. 공존지수를 높이자는 공감대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는 세밀하고 탄탄한 구성을 요구한다. 서로가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바꾸어 읽어보니 그 틈이 매우 크다. 이렇게 서로에게 멀어져 있음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100km의 인공수영장과 백사장을 만들자고 하니 그것 대신에 개인의 집에 우선 만들어 개인이 사용하자고 한다. 공공의 것 반과 개인의 것 반을 만들면 타협이 되나 어느 한쪽은 그렇게 만들지 않아도 무방한 것인데 답답하다. 그러면 강쪽에 바로 붙은 땅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으니 현실가대로 공공의 땅으로 하자니 개인의 나라들은 다섯 배의 땅값을 주지 않으면 비킬 수 없다고 하고, 금호강의 나라는 법으로 만들어 강제라도 수용내지 빼앗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천천히 할 수 밖에 없다. 천천히 한다고 해서 몇 백 년이 걸린다면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많은 곳을 개발했지만 앞으로의 개발은 개인의 나라도 자꾸만 물러서서 무한정 고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반응이고 금호강의 나라도 영원히 두 손 놓고 원형대로 그대로 둘 수도 없다. 게으르고 싶은 인간에게 서로의 이익이 걸려 있어서 두 쪽 모두 게으를 수 없는 상태이다. 이 긴장의 상태는 우리 인간에게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깨끗한 세상을 원한다.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나 시원한 산들바람을 원한다. 따스한 햇살이 좋다. 맑은 시냇물의 졸졸거리는 소리가 귀에 좋다. 한발 물러서면 답이 곧바로 나오진 않아도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있어 낫다. 스트레스는 낮잠을 자던 깊은 밤잠을 자던 없애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개인의 나라는 애초부터 뭉침이 거의 없었다. 이제는 각각의 개인의 나라들이 뭉쳐지고 단단해지는 것이 보인다. 상대가 워낙 몸집이 크니 대항마의 개인의 나라도 자연스럽게 규모가 대응하는 꼴이 형성된다. 개인의 나라의 구심점은 무엇인가? 단순히 금호강의 나라에 대한 반사작용만으로 어떤 구심점이 만들어진다는 것인가? 개인의 나라의 뿌리도 깊다. 긴 역사적 물줄기도 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힘은 아니다. 실체가 없던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밑바탕이 있었다. 자유, 정신, 감정, 당당함, 자신, 천부인권, 천상천하유아독존, 자연, 민주주의, 종교, 신념, 등등이 있다. 개척정신, 미지의 세계, 예술, 개인, 그런 것들이다. 개인의 나라는 엄연히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