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통합이전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선 현 대구공항의 주기(駐機)장, 활주로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신공항 건설은 걸림돌 없이 진행되더라도 공항 건설 까지는 10여년 걸린다. 특히 상당수 시민들이 공항이전을 반대하며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는데다 집권여당 일각에서는 이전후보 지역인 군위·의성군이 산악지역이어서 이착륙 충돌방지를 위한 장애물을 제거해야하는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처럼 대구공항 이전문제는 앞으로 첩첩산중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따라서 통합신공항이전에 앞서 대구공항 이용객이 올해 4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턱없이 부족한 주기장, 활주로 등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공항은 현재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항공기가 경항공기 3대를 포함해 9대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공항에 9대의 비행기가 계류해 있으면 다른 항공기의 주기가 허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말이 국제공항이지 시골공항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달성군 가창에 있는 대구텍의 대주주인 이스라엘 IMC그룹의 최고위급 인사가 대구를 찾았을 때 대구공항의 빈약한 주기장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자가용 비행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해 머무를 수 있다고 생각한 회사 측과 주기장이 부족해 자가용 비행기 계류가 곤란하다는 공항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대구텍은 1998년 IMC그룹이 대한중석광업을 인수한 뒤 바뀐 사명으로, 첨단장비 구축과 시설투자를 확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성장했다. 매년 3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며 대구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구시가 상황을 파악하고 중재에 나서 어렵게 주기공간을 마련했지만 명색이 국제공항인 대구공항에 자가용비행기 한 대 세워 둘 공간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대구공항의 비효율적인 활주로 이용도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국내 다른 공항과 비교할 때 대구공항에 배정된 시간당 활주로 용량(슬롯)이 턱없이 적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공항공사와 공군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대구공항은 활주로 2개를 통해 시간당 30편의 슬롯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공군이 비공식 기준을 적용해 민간 항공기를 시간당 6편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공항은 더 이상 노선 증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해공항의 경우 공군과 협의해 현재 시간당 17편(주중)~24편(주말)의 슬롯을 확보해 두고 있다. 대구시와 한국공항공사는 김해공항의 사례를 들며 슬롯 추가 배정을 군에 요구하고 있지만, 공군이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심충택 대구경북언론인회 부회장은 "대구시가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더라도 지금의 대구공항 현안을 모른 채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며. "자가용 비행기시대에 대비한 주기장 확장과 활주로 이용의 효율성 문제에 대해 공군이나 한국공항공사와 꾸준히 협의를 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