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영 수필가(사진)가 제1회 달구벌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21일 저녁 대구 라온제나호텔에서 가진 달구벌수필문학회(회장 신은순)의 <달구벌수필> 연간집 14호 출판기념회와 함께 열린 시상식에는 장호병 한국수필문인협회 이사장, 박방희 대구문인협회장, 신노우 대구수필가협회장과 50여명의 회원들이 축하의 자리를 만들었다.
달구벌수필문학상은 창립 14주년을 맞게 되는 달구벌수필문학회가 매년 연간집에 수록된 회원 작품을 대상으로 외부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위촉 작품성을 평가하며 이번 제1회 수상자로 윤 영 수필가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를 맡은 서태수(시조시인·부산문협 이사) 수필가는 “윤영 수필가의 <나도 더러는 질펀하게 무너지고 싶다>는 제재의 참신성, 구성적 미감, 언어 조탁, 서정적 감성, 지성적 교감 등에서 고르게 눈길을 사로 잡았다. 사적 상황을 모티브로 하여 제재의 변주를 이룩하고, 비유적 형상화를 통해 시적 서정성을 견지하면서도 사유 깊은 지성적 교감까지 견인한 작품이었다. 아울러 다양한 화소를 동원하면서도 긴밀구성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수작이었다”고 했다.
또한 다른 양식이 지닌 특정적 미학을 수필 작법에 다양하게 동원해 소설이 지닌 긴밀한 구성법과 희곡의 현장감, 섬세하고 명징한 언어조탁으로써 비유를 통한 시적 이미지 창출에 이르기까지 통합적 기교를 구현함으로써 문학미감의 멋과 맛을 한층 고양시킨 작품이라고 평했다.
윤 영 수필가는 영덕이 고향으로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성교육학을 전공했다. ‘한국수필’로 등단해 현재 대가야 신문사 ‘윤영의 문학공간’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계간 ‘문장‘ 편집위원과 2017 대구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과 2018 달구벌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수필집으로 ‘사소한 슬픔’과 ‘아주 오래 천천히’가 있다.
<수상소감>
건들바람에 식탁의 위치를 바꾸었다.
맞바람 들이치는 통로로 옮기던 날은 뒷산에 산벚꽃이 마구 피기 시작할 때였으니 네댓 달 만에 원상태로 돌리는 꼴이다. 어정칠월에 동동팔월과 싸워가며 건들장마 두어 번 지나자 이내 들이치는 바람마저 싫어졌으니. 간사하다 이내 마음.
같은 곳에서 다른 곳을 느끼고 싶었고 다른 곳에서 같은 곳을 찾는 일에 수십 년째.
늘 시간에 쫓겨 사는 일에, 유독 싫어하는 남자가 있었다. 똑같은 서너 개의 시계를 구매하여 각 나라의 시간을 맞춰 놓고 살았다고 한다. 쫒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슬풋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다. 그는 본국의 시각을 알지 못해도 시간을 지배하고 살아갈 수가 있었다.
다분히 종속적인 관계를 떠나서 세상의 틀을 벗어난 사내의 용기가 거침없어 보이니 내 자신이 초라한 저녁이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용기는 어디로 달아났을까. 수필의 틀 속에 갇혀 나를 끼워 넣었다. 화려하며 거대하고 번쩍이는 글을 짜내라 시간에 쫓겼다. 답답했다. 숨이 막혔다. 머리를 쥐어뜯거나 자주 고개를 숙이며 풀리지 않는 글을 원망했다. 나와 또 다른 나와의 싸움은 걸핏하면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나는 빗나가며 돼먹지 않은 허울을 캐고 있었다. 그럴수록 어린 것들과 버려진 것들과 허물 벗지 못한 것들이 담장 밑에서 비를 맞거나 가뭄에 목말라 했다. 언제부턴가 착한 이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으니.
슬슬 천근의 무게로 짓누른 어깨의 힘을 뺐다. 주눅 들어 숨어든 글들을 보살펴 보려고 애썼다. 수줍음에 얼굴 붉힌 글을 불러내 목욕재계도 해주며 길을 잃어버린 미아에게 이정표도 세워주는 연습을 천천히 해보려는 중이다. 낡아서 해진 수필의 귀퉁이를 꿰매는 대신 머플러를 만들거나 두건을 만드는 일도 좋았다.
그렇게 어영부영한 과도기에서 내가 타고 갈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제1회 달구벌수필 문학상’ 당선 소식을 받았다.
이보다 더 귀한 기쁨이 있을까. 작고 여린 자투리 글들이 헛꿈만 꾸던 내게 바지랑대로 떠받치고 있음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고맙고 감사한 가을날, 옮겨 놓은 식탁의 가을 러너에 입맞춤도 아깝지 않은 저녁이다. 부족한 글에 마음 모아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이 기쁨을 달구벌수필의 식구들과 함께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