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동산병원이 자체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린 신장투석실 홍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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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산병원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중증환자 치료과목을 축소하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동산병원은 현재 중증신장질환자 치료를 위해 혈액투석실을 매일 아침 낮 저녁반(오후 5-오후 9시)각 100여명씩 3회 운영하고 있다. 총 환자는 300여명에 이른다. 장애2급 이상인 환자들은 대부분 주 3회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동산병원은 오는 4월 성서동산병원 진료를 앞두고 혈액투석실 저녁반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직장 등에서 일하면서 힘들게 치료를 받는 저녁반 환자들은 직장생활을 그만두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병원 치료비 부담은 물론 생계가 막막해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 환자와 보호자 100여명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저녁반 계속 운영 요청’촉구서에 서명하고 병원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병원 관리자와 의사들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환자들의 치료를 거부하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
병원 관리직 고위 관계자는 “진료의사들이 근무시간 초과 등으로 저녁반 폐지로 뜻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의사들에게 책임을 미루었다.
하지만 진료의사들은 “병원측에 진료의사 충원을 수차례 건의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신장 혈액투석실 전담 의사 1명만 충원되면 저녁반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의사 1명 비용 때문에 증증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내용이 알려지자 환자들과 보호자는 물론 병원 안팎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저녁반 투석환자 A모씨는 “투석환자 장애인 증명서를 제출하고 겨우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이제 이마저도 할 수 없어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정부에서 장애인 고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종합병원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분개했다.
병원 내부에서 조차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석환자는 병원에서 보면 엄청난 수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 1인당 최소 월 5백만원(본인 부담 10%)의 고액 치료비를 짧게는 수년간 꾸준히 내고 있어 병원측은 연간 180억 이상(500만원*12개월*300명) 수익을 올리고 있다.
병원 일반외과의 한 진료의는 “막대한 치료비를 받고 있는 신장실에서 전담의 1명 충원을 하지 못해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환자 중심’병원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며 “병원 망신은 물론 하루 24시간 응급실 등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을 보기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진료의사가 환자들에게 개인병원 치료를 강요하고 있어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장중증 환자들 대부분은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3-4까지 연관 병을 앓고 있어 종합병원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장 명문 병원으로 잘 알려진 동산병원은 현재 혈액투석실에 진료의가 상주하지 않는다. 5명의 신장과 전문의들이 외래 진료와 겸임하고 있다. 당직의사를 1명 두고 있지만 토요일은 아예 당직의사가 없어 환자들은 응급실로 가야 하기 때문에 치료비(본인 부담 100%)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병원에는 대부분 혈액투석실에 전담의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혈액투석실에서는 최근 저녁반 환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아침이나 낮 반 중 어느쪽을 택하겠느냐”며,“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면서 저녁반 폐지에 반발하는 환자들을 무마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동산병원은 현재 각급 기관으로부터 우수인공신장실을 인정받아 막대한 자금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을 확대해 성서로 이전하는 동산병원은 이제 외형 못지않게 의료인의 기본자세부터 바로 잡아야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