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극화 현상이 커지면서 우리사회 상류층을 빗댄 거지부자의 이야기가 한 때 유행한 적이 있다. 다리 밑에서 잠을 자던 거지 부자는 다리 위로 윙윙 거리며 달려가는 소방차 소리에 잠을 깼다. 아들이 먼저 말했다. “아버지, 우리는 집이 없고 가진 것도 없으니 불이 나도 위험하지 않지요” 아버지가 답하길 “그게 다 아버지 덕이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돈 없고 빽 없는 아버지들의 푸념으로 오랫동안 유행했다.
우리나라에 금수저론이 사회이론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4∼5년 전 일이다.
수저 계급론이란 이름으로 많은 공감을 얻은 이론이다. 큰 공감을 얻었다는 것은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설명이다. 외국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 영어 표현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유럽의 귀족층은 은식기를 사용하고 태어나자마자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는 풍습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가난하고 배고픈 서민들의 이야기야 지구상 어디 간들 없겠는가.
모차르트가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나 금수저를 물고 나온 재력가 사람들은 하늘로부터 천부적 기회를 제공받았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천부적이라고 해도 그들이 살면서 일궈놓은 평생의 과업에 따라서는 평가가 달라진다. 다른 사람을 위한 공헌도가 중요한 잣대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사회활동 인식조사’ 결과가 눈길이 간다. 여론조사에서 “한국은 출세를 하려면 부유한 집안 출신이어야 한다”는 물음에 85%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한다.
“한국은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물음에도 응답자의 66%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우리 사회의 평등성과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반증한 조사다. 대다수 국민은 금수저 이론에 대해 여전히 공감한다는 결과여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것과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 등이 우연한 결과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
<전 매일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