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의 검찰 소환 취재를 위해 기다리던 기자들이 비공개 소환 소식을 접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장관이 14일 검찰에 출두했다. 지난달 14일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꼭 한 달 만이다.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뇌물수수, 공직자 재산등록 누락, 웅동학원 허위소송에 따른 채무면탈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오전 9시 35분쯤부터 변호인 입회 하에 조 전 장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내 정경심(57·구속기소)씨와 마찬가지로 조 전 장관도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기자 수십명과 카메라 30여대가 조 전 장관의 출석 장면을 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아내 정씨가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 직원들이 다니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청사 내부 조사실로 직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주차장 입구에도 3~4명의 기자들이 기다렸지만 조 전 장관의 모습을 촬영하지는 못했다.
조 전 장관의 기습적인 출석 소식을 뒤늦게 접한 30여 명의 현장 기자들 사이에선 짧은 탄식이 흘렀다. "이러려고 공개소환, 심야조사 금지했느냐"는 말도 나왔다. 푸른색 장미 수십송이를 준비해 조 전 장관을 응원 나온 지지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이미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푸른색 장미의 꽃말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권 수사'를 강조함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4일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지시했다. 전날 조 전 장관의 아내 정씨가 검찰에 비공개 소환되며 특혜 논란이 일자 검찰이 포토라인을 아예 없애버리는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 검찰의 자체 개혁방안 시행 이후 첫 수혜자는 조 전 장관이 됐다.
이날 조사는 의혹별로 담당 검사들이 돌아가며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신문(訊問)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의 혐의 중 가장 핵심은 직무와 관련해 가족이 재산상 이익, 즉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다. 아내 정씨가 2018년 1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가 인수한 2차전지 업체 WFM 주식 12만주를 차명으로 헐값에 사들여 2억6400만원의 부당 이익을 보는데 관여했다면 이 돈이 뇌물이 될 수 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의 딸 조모(28)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이 조 전 장관에게 제공된 뇌물인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딸 조씨는 성적이 나빠 유급을 했는데도 2016년 1학기부터 6학기 연속으로 학기당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특혜성 장학금을 준 노환중 교수의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부산대병원 양산병원장으로 있다가 부산대병원 본원 원장을 노렸으나 실패하자 올 6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실상 임명하는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의 입김이 들어갔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 역시 제3자 뇌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와 함께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하는데 관여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아내 정씨를 통해 사모펀드 관계자들에게 허위자료를 만들게 하고, 정씨가 자택 내 컴퓨터 등 증거를 인멸하는 것을 알면서 묵인, 방조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동생 조권(52·구속)씨와 함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웅동학원 재산을 강제 처분하는 것을 막으려고 허위 소송을 벌이는 데 관여한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시작으로 향후 두세 차례 추가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질문지만 100여쪽 분량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조사할 분량은 방대하기 때문에 심야조사 제한 등으로 조사를 몇차례 나눠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