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5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후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우리는 오직 한 가지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수상이 기대됐던 감독상과 각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봉 감독은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최하는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영화상과 함께 영화 관련 할리우드 주요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힌다. 봉 감독은 이날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함에 따라 다음 달 9일 열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 후신)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상과 주제가상(‘소주 한 잔’) 예비 후보에 올라 있다. 최종 후보는 13일 발표된다.



봉 감독은 이날 시상식 전부터 수상을 예감한 듯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시상식 직전 열린 레드카펫 행사 인터뷰에서 “너무 피곤해서 푹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나 오늘을 맞았다”며 “이 영화(‘기생충’)를 가지고 전 세계를 돌고 마침내 미국에, 골든글로브에 도착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봉 감독은 “수상과 관계 없이 시상식을 즐기고 싶다”면서 “한국 영화 산업 입장에서는 (후보 지명이) 최초이니까, 그런 역사적 의도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엔 “자막의 장벽,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며 ‘기생충’의 수상 의미를 자평했다. 봉 감독은 “오늘 많은 멋진 감독과 후보에 올라 그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영어로 “우리는 오직 한 가지 언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영화다”라며 수상 소감을 마쳤다. 배우 키트 해링턴과 시에라 밀러가 외국어영화상 수상 발표와 시상을 맡았다.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감독 셀린 시아마)와 ‘더 페어웰’(감독 룰루 왕), ‘레미제라블’(감독 라주 리), ‘페인 앤 글로리’(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경쟁했다.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과 더불어 후보에 오른 감독상과 각본상 부문에서는 상을 받지 못 했다. 감독상은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에게,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