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에겐 대구백화점보다는 대백이란 이름이 훨씬 더 친숙하다. 1944년 창업주 구본흥 회장이 설립한 대구상회에서 출발해 1969년 주식회사 대구백화점으로 변신했던 동성로 소재 대백 본점이 이달 말로서 영업을 끝내고 역사의 길목으로 사라진다.
대백 본점은 폐점에 앞서 6월 한달동안 본점 1층에 마련된 특별공간에서 고별 전시회를 개최한다. 대백 77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각종 사진물과 기록물 등을 전시하고 대백에 대한 대구시민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대백 본점은 대구 최초의 백화점이면서 대구시민에게는 쇼핑센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역사 공간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이곳에 세워진 백화점은 동성로에서 최고의 만남의 장소다. “대백 정문 앞에서 만나자”는 말이 관용어로 쓰일 정도였다. 대구시민의 대백 사랑 또한 유별했다. 전국에서 지역에 본사를 둔 백화점이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 남아 있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백화점과 쌍벽을 이뤘던 동아백화점이 2010년 이랜드 그룹에 인수되면서 대백은 지방에 남은 전국 유일의 기업이다.
1973년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했다가 대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했다. 1997년 IMF 사태 때는 부산의 5개 백화점이 폐점되고 광주 화니백화점이 부도를 냈으나 대구 백화점업계는 명맥을 이어갔다. 특히 대구백화점은 지방유통업체로서는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되는 기록을 세웠고 1984년 유통업체 최초로 은탑산업훈장도 받았다.
대구시민과 함께 52년을 동행한 대백 본점의 폐점은 대기업에 밀려난 지역백화점의 퇴출이라기 보다 대구시민의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추억 장소가 사라진다는데 더 큰 아쉬움이 있다. 대백 본점의 고별전이 유난히 마음을 끈다.
우정구케이투데이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