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러 교류가 정부 탓?
  •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 “잘되면 내탓이고 잘못되면 조상탓”이란 속담이 있다. 잘된 일에 대한 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은 남에게 돌리는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먼저 살펴보라는 교훈이 담긴 속담이다.

    1990년 고 김수환 추기경은 가톨릭 교계와 함께 “내탓이오”라는 사회 운동을 펼쳤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남탓으로 돌리는 나쁜 풍조를 고쳐보려는 운동으로 시작해 당시 국민적 호응도 비교적 좋았다.

    사회의 한 풍조가 캠페인 하나로 쉽게 바꿔지지는 않지만 김 추기경이 벌인 ‘내탓이오 라는 운동’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남의 눈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못본다”는 우리 속담처럼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삐뚤어진 편견과 남탓이 유행한다. 그 해의 시대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가 뽑혔고, 우리 정치권에서 출발한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은 미국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대표적 용어가 됐다. 우리 정치와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라 할만하다.

    북한과 러시아가 전방위 군사협력에 나선 것을 두고 더불어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탓이라 주장했다. “윤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과 균형 잃은 외교정책의 패착”이라 말했다. 정치권의 네탓 공방이 도를 넘어선 것은 알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현 정부 탓으로 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과도한 발언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익을 내다버린 비이성적 주장이다.

    핵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공동 대응하지는 못할지언정 네탓으로 돌리는 속 좁아진 우리정치 현실이 실망스럽다.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
    <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 글쓴날 : [23-09-18 06:57]
    • 코끼리뉴스 케이투데이 기자[byj80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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