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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학폭 논란으로 사의를 표한 정순신 변호사. |
경찰의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2대 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지 하루 만이다.
정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가족 모두가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사과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정 변호사를 현 정부 첫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시절 동급생에게 언어폭력 등을 가했다가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약 8개월 동안 폭언 등 지속적 괴롭힘으로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 등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재판부는 “상당 기간 학교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 측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판단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9년 4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경찰청 측은 정 변호사의 사의 표명을 두고 “인사혁신처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후임에 대해 “시간을 두고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 번 공모 절차를 거친 만큼 내부 선발과 재공모 등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사 검증이 미흡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