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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앞두고 창경궁 밝히는 보름달 정월대보름을 이틀 앞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경궁 풍기대에 보름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국립어린이과학관과 함께 정월 대보름을 맞아 이달 22∼25일 창경궁에서 '정월 대보름, 창경궁에서 바라본 보름달' 행사를 연다고 20일 밝혔다.연합뉴스 |
"대보름 맑은 밤 둥그렇게 달 떠오르니 밤에 통행금지 풀어주는 임금의 명이 내려왔네." (강이천의 시문집 '중암고' 중에서)
음력으로 1월 15일에 해당하는 24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상원(上元) 혹은 오기일(烏忌日)로도 불렀다.
오기일은 까마귀의 제삿날을 의미하는 말로, '삼국유사'는 신라 소지왕(재위 479∼500) 관련 일화를 전하며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전한다.
대보름은 고려시대에도 큰 명절로 여겨왔다. 역사서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대보름은 설날, 한식, 단오, 추석 등과 함께 당시 형벌을 금하는 속절(俗節)에 포함됐다.
대보름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날로써 큰 의미가 있었다.
옛사람들은 초저녁에 높은 곳에 올라서 달맞이를 하고 점을 치기도 했는데 달빛이 붉으면 가물 징조로, 비교적 희면 장마가 길게 이어질 것이라 여겼다.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 '닭 울음소리가 열 번 이상 넘기면 풍년이 든다', '달그림자가 여덟 치면 대풍이 든다' 등 여러 속신(俗信·미신적인 신앙)도 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일 년에 보름달이 12번 뜨지만, 그중에서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은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대보름에 으레 먹는 음식에도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쌀, 조, 수수, 팥,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 오곡밥을 지어 하루에 아홉 번을 나눠서 먹기도 하고, 여러 집에서 지은 오곡밥을 모아서 먹기도 했다. 그렇게 해야 농사가 잘되고, 마을 사람이 모두 건강하리라 믿었다.
정연학 학예연구관은 "오곡밥을 먹을 때는 쌈을 싸서 먹기도 했는데 이를 '복쌈'이라 한다. 여러 곡식을 쌈 싸 먹는 것은 곡물을 담는 자루인 섬을 먹는 것으로 그 자체로 풍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이천에서는 벼 가마니에 곡식을 가득 담은 듯한 모양의 '볏섬 만두'를 빚기도 한다.
최근에는 만들기 번거로운 약밥이나 오곡밥 대신 부럼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밤, 호두, 땅콩 같은 견과류를 깨물면서 한해 무사태평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뜻에서다.
좋은 소식만 듣기를 바라며 귀밝이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다.
무를 먹는 것도 대보름에 이어져 왔던 풍속이다. 가족이 생무를 나눠 먹으며 '무사태평'이라 외치면서 그해 더위를 타지 않고 모든 일이 잘되리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무의 음이 한자 '없을 무'(無), '무사하다'는 말의 첫 음과 같아서 무를 먹는다고도 한다. 생밤이나 호두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부럼 깨물기 풍속 중 사례가 많다"고 설명한다.
대보름은 올해부터 국가무형문화재(추후 '국가무형유산')로서 의미를 갖는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말 '설과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동지'를 각각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명절을 국가무형문화재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