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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채용비리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동양에 복마전(伏魔殿)이라는 고사가 있다면 서양에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전설의 이야기가 있다. 출처는 다르지만 악(惡)을 담아놓은 전각이나 상자의 문을 열면서 인류의 비극이 시작됐다는 내용은 비슷하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복마전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다. 열지 말아야 할 전각의 문을 열면서 마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세상에는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는 악의 근거지라는 뜻으로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을 부를 때 보통 복마전이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상자는 인류의 모든 악과 재앙을 담은 상자다. 그 상징성 때문에 비리나 부정, 음모가 있는 곳을 가리킬 때 보통 판도라 상자라고 부른다. 복마전과 비슷하게 부정부패가 상징되는 곳에 사용되는 말이다.


중앙선관위와 전국선관위의 채용비리를 보면서 많은 국민이 공분을 하고 있다. 10년 동안 1200건이나 되는 채용비리가 저질러졌음에도 단 한차례 문제도 삼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특히 선관위 고위직 자녀를 세자로 호칭하는 등 특혜채용 사실이 내부적으로 공공연한 비밀이었을텐데도 묵과돼온 사실은 이해할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부정부패 원인을 몇 가지 차원에서 접근한다. 도덕적 접근법, 사회적 관습의 결과, 또는 제도적 결함 등으로 분석한다. 여기서 선관위의 채용비리는 도덕적 규범의 붕괴에 가깝다.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라는 사실을 잊고 권한이 자신의 것인양 착각하고 남용하는 윤리적 가치관의 몰락을 뜻한다. 부정부패의 분위기가 조직 내에 스며들면서 끝내는 본인 스스로도 물들어 가는 과정이다. 복마전의 선관위 비리에는 일벌백계가 답이다.
  •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
  • <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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